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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양산 원년: 삼성·SK하이닉스, NVIDIA Rubin 위에서 다시 충돌하다

HBM4 양산이 2026년 2월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베이스 다이 파운드리, NVIDIA의 11.7Gb/s 인증 룰, 멀티 소싱 구조까지 — HBM3E 시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선을 정리합니다.
HBM4 양산 원년: 삼성·SK하이닉스, NVIDIA Rubin 위에서 다시 충돌하다

1. HBM4가 다시 그린 메모리·파운드리 경계선

HBM4(High Bandwidth Memory 4)는 단순히 다음 세대 메모리가 아닙니다.

JEDEC가 2025년 표준 JESD270-4를 확정한 뒤, NVIDIA·삼성·SK하이닉스·TSMC가 그동안 따로 굴러가던 메모리·파운드리 사업을 한 보드 위에서 묶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은 베이스 다이(Base Die)​입니다.

  • HBM3E까지의 베이스 다이는 메모리 칩을 받쳐주는 단순한 인터페이스 층​에 가까웠습니다.
  • HBM4부터는 로직 회로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별도의 칩​으로 진화했습니다.
  • 이 칩을 어디서, 어느 공정으로 찍느냐​가 곧 성능·원가·공급선을 결정합니다.

기존 글 HBM3E 전쟁: 삼성·하이닉스가 AI 시대의 승자가 되는 법이 "수율과 인증"의 이야기였다면, HBM4 라운드는 "메모리 회사가 파운드리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의 이야기로 무대가 바뀌었습니다.

2. HBM4 사양 한눈에 보기

JEDEC가 발표한 HBM4 표준은 핵심 지표가 한 단계씩 점프했습니다.

  • 인터페이스 폭: 2,048-bit (HBM3E 1,024-bit의 2배)
  • 핀당 속도(JEDEC 기본): 8 Gb/s
  • 스택당 최대 대역폭: 약 2 TB/s (HBM3E 1.2 TB/s 대비 약 1.7배)
  • 채널 수: 32 채널 (HBM3E 16 채널의 2배), 각 채널이 2개 pseudo-channel
  • 적층 옵션: 4-Hi / 8-Hi / 12-Hi / 16-Hi
  • 다이 용량: 24 Gb 또는 32 Gb
  • 최대 큐브 용량: 64 GB (32Gb × 16-Hi)
  • 신규 구조: 데이터·커맨드 버스 분리 → 동시 연산 시 충돌·지연 감소

특히 인터페이스가 2배로 넓어진 게 결정적입니다.

같은 클럭에서도 한 사이클당 두 배의 데이터가 흐르므로, GPU가 메모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는 추론 비용 자체를 낮추는 인프라 변화입니다.

3. 양산 시간표: 삼성이 먼저, SK하이닉스가 합류

두 회사의 시계는 단 1~2개월 차이입니다.

  • 삼성전자: 2026년 2월부터 NVIDIA향 HBM4 출하 시작
  • SK하이닉스: 2026년 3월 합류, NVIDIA Rubin용 본격 공급
  • NVIDIA Vera Rubin: 2026년 하반기 본격 양산, HBM4 전용 플랫폼

업계는 SK하이닉스가 NVIDIA HBM4 물량의 약 60~70%​를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HBM3E 시기와 비슷한 비중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삼성이 이번에는 사전 인증을 통과한 채 출발선에 섰다​는 점입니다.

4. NVIDIA의 새 룰: 10Gb/s에서 11.7Gb/s까지

NVIDIA는 HBM4 인증을 두 단계​로 운영했습니다.

  1. 10 Gb/s 1차 인증 — JEDEC 기본보다 빠른 사양, 표준 Vera Rubin 라인업용
  2. 11~11.7 Gb/s 2차 인증 — 최상위 SKU·차세대 라인업용 마진 검증
  • 삼성: 두 단계 모두 통과한 뒤 양산 발주 단계 진입
  • SK하이닉스: 11 Gb/s 단계 최적화에 시간을 더 쓰고 최종 샘플 제출

이 차이는 단순한 1~2개월 일정 지연이 아닙니다. 고가 SKU에서 누가 더 많은 마진을 가져갈지​를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5. 베이스 다이 파운드리 전쟁: 삼성 in-house vs SK·TSMC

HBM4 라운드에서 가장 크게 갈린 지점은 베이스 다이를 어디서 만드느냐​입니다.

회사 HBM4 베이스 다이 공정 다음 단계(HBM4E/HBM5)
삼성전자 자사 4nm (in-house) HBM4E 베이스 다이부터 2nm 검토
SK하이닉스 TSMC 12nm (메인스트림) HBM4E 커스텀은 TSMC N3P
마이크론 외주 전환 지연 멀티 소싱 후보군에서 멀어질 우려

삼성은 자사 파운드리를 끌어들여 메모리·로직 통합을 노립니다.

4nm 베이스 다이는 풀 노드 GAA는 아니지만, 메모리·파운드리 동시 매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동맹을 강화​해 두 갈래로 나눕니다.

  • 메인스트림: TSMC N12 베이스 다이로 안정적인 수율과 가격
  • 프리미엄(HBM4E): TSMC N3P 베이스 다이로 전력 효율 약 2배 확보

TSMC는 N3P 베이스 다이가 기존 대비 약 2× 전력 효율​을 가져온다고 발표했고, 이는 HBM4E·HBM5 단계에서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6. NVIDIA 너머: 멀티 소싱이 만드는 두 번째 시장

HBM4는 NVIDIA만의 메모리가 아닙니다.

  • AMD Instinct MI400: HBM4 채택, 삼성·SK 양쪽에서 조달
  • Google TPU 차세대: HBM4E 검토 단계, TSMC 베이스 다이와 묶음 가능성
  • AWS Trainium 후속: HBM4 적용으로 자체 칩 경쟁력 강화

하이퍼스케일러는 공급 안정성을 위해 멀티 소싱​을 고집합니다.

이는 점유율 2위 입장에서 삼성에게 결정적 기회입니다. NVIDIA에서 60% 빼앗기더라도, 비(非)NVIDIA 시장에서 30~40% 점유율만 잡으면 매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7. 다음 라운드는 어디서 갈리나

2026~2027년 HBM4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셋입니다.

  • 캐파 증설 속도

    • 삼성은 2026년 HBM 캐파를 약 50% 확대 계획
    • SK하이닉스도 청주·이천 라인 증설 가속
  • HBM4E·HBM5 로드맵

    • HBM4E 베이스 다이는 TSMC N3P 기반, 2027년부터 본격화
    • 삼성은 HBM5 단계에서 2nm 베이스 다이로 정면승부 예고
  • PIM(Processing-in-Memory) 표준화

    • 베이스 다이에 로직이 들어간 만큼, 메모리 내부 연산이 표준 기능으로 자리 잡을지 여부

특히 베이스 다이가 로직 칩이 된 이상, 메모리 회사는 이제 작은 SoC 회사​가 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의존"이라는 오랜 평가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8. 결론: 1~2개월 차이가 만드는 새로운 질서

HBM3E 라운드에서는 SK하이닉스가 NVIDIA를 거의 독점하며 승자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HBM4 라운드는 다릅니다.

  • 삼성전자: 사전 인증을 통과한 채 출발해, 비(非)NVIDIA 시장과 베이스 다이 in-house 전략으로 다층 매출 라인 구축
  • SK하이닉스: NVIDIA 점유율과 TSMC 동맹을 양손에 쥐고 가장 안정적인 단기 매출 곡선 확보
  • 마이크론: 베이스 다이 외주 전환을 계속 미루다가 멀티 소싱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추세

결국 2026년 한 해는 "양산을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11.7 Gb/s에서 누가 더 일찍 안정화했느냐"​가 점유율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2026년 하반기 NVIDIA Rubin 매출이 풀리면서 숫자로 드러날 것​입니다.


참고: 본 포스팅은 JEDEC HBM4 표준 문서(JESD270-4), TrendForce·Tom's Hardware·Korea Herald·SamMobile 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의 공식 발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